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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쌀 관세화를 유예한 대가였던 쌀 의무수입은 양이 적은 도입 초기엔 큰 문제로 부각되진 않았다. 하지만 쌀 공급과잉과 급격한 소비 감소 등으로 쌀값 폭락 사태가 반복되면서 의무수입 쌀은 ‘공공의 적’이 되고 있다. 일부 농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수입 반대”를 외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전남도의회가 14일 ‘쌀 의무수입 중단 촉구 건의안’을 통과시켰고, 18일 국회 농림축 여성취업지원 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몇몇 의원이 세계무역기구(WTO) 재협상을 진지하게 고민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농식품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 쌀 대부분이 가공용으로 사용되는 점과 쌀 수출국과 WTO 회원국의 동의를 얻기 어렵고, 관세율 513%를 낮춰야 할 수도 있어 실익이 없다는 게 이유다. 그럼에도 일반대출한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강화와 WTO·자유무역협정(FTA)을 무시하는 듯한 일방주의적 태도를 볼 때 WTO 규정 준수에만 매달리는 태도는 바람직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특히 77만t에 달하는 쌀 의무수입 물량의 축소에 도전하겠다고 발표한 에토 다쿠 일본 농림수산상의 의도를 파악하고 협력의 여지가 있는지 검토하는 전향적 자세도 필요하다.
연세대 대학원막무가내식 쌀 재협상을 요구하자는 게 아니다. 의무수입량 기준 설정 당시와 큰 차이를 보이는 국내 쌀 소비량을 고려, 물량 산정 기준의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식의 논리를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쌀 의무수입량 조정 카드를 여러 협상에서 다각도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보자. 쌀 의무수입량 조정이 ‘금단의 벽’은 아니기 때문이다.